그 어느 누구에게도 1년이라는 세월을 되돌아 보았을때 다사다난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만큼 1년이라는 시간은 참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고, 추억하게 만든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유색과 무색, 현재와 미래, 정류와 급류 금년을 회고할때 항상 생각나는 키워드 들이다.
작년 이맘때쯤 이었던것 같다.
이제 막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사무실을 옮겼다.
사무실을 옮기면서 생긴 어수선한 분위기, 하지만 또 새로운 터전을 자리잡았다는 생각에 미약하게 들뜨는 심정,
이렇게 금년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12월 31일, 1월 1일 세상을 도화지 같이 만들려고 하는 듯 눈이 내렸던 것 같다.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스란히 떨어지는 눈을 보고 있자니,
집에 있는게 아깝다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혼자서 2틀 동안 카페에 가서 평생을 판타지나 무협 소설외에는 읽지 않았던 내가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꺼내들고 읽었다.
생각해보면 2019년도 창업을 한 후, 아니면 그 전부터, 나는 항상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긴했지만서도, 그 하루는 온전히 하루가 아니라 그냥 내일을 위한 밑거름 같이 소모하며 달려왔었던 것 같다.
점점 올라가는 집값의 이야기, 재테크, 금전 이런것들을 1순위로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어야지 내가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내일을 보며 살아왔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날 읽었던 책에서 지혜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글귀를 보고, 현재에 조금 더 치중한 삶을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1월 부터 한 5월까지, 옛날 영화관에서 영상이 번득이는 것 처럼, 색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식으로 흘러갔던 것 같다.
5월부터 인가, 모종의 계기로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다른분야 공부와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했고, 그동안 읽어왔던 책의 결을 바꿔서 금융서적과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식의 섹션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이 시기 일기를 들추어 보면, 무색무취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태평하다는 말 또한 많이 등장했다.
그렇게 준비하다보니, 8월이 다가 왔고, 2달 동안의 장기 출장이라는 이벤트가 다가왔다.
8월 9월, 마치 요양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좋은 의미로 미쳐버린 날씨와 적당한 고요함으로 점철된 나날들이, 꼭 잔잔한 호수 위를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폭풍전야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거센 물결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10월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 힘들었고, 미안하고, 실망했다.
복귀하자마 마주친건 하나의 거대한 쓰나미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몰아치는 파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파도를 극복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버티는 것, 하나는 파도에 몸을 맡기며 같이 나아가는 것.
아직도 잔류하고 있기에, 뭐가 더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나도 급류를 타고 같이 휩쓸려가기 시작했다.
2024년은 여태까지 보내왔던 시절들과 느낌부터 다르게 다가온다.
보통이라면, 그냥 걷다가 자빠지는 정도의 안 좋은 사건과 마치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은 아이같은 심정의 좋은 사건이라면,
2024년은 잔잔하게 밀물과 썰물이 교차해가며 들어오다, 점점 그 수위가 쌔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물과 빠지는 물을 관찰했기에, 평년보다 생각이 더욱 많았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가치관"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휴식", "의미", "관계"등 많은 부분에서 이전과 다른 면모를 보게 되었고, 수용하게 되었다.
좋았던지, 안 좋았던지 시간이 흘러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책에서 보았던 구절 처럼.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하더라도 이 복잡한 세상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어느덧 끝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년도 퀘스트 달성률 (6 / 9)
1. 책
2. 체중
3. 재테크
4. 자산
5. 개발 공부
6.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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