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옮김이 강영욱
2부 누가, 왜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3장 악마의 화폐체계
01판도라의 상자
-돈한푼 없이 돈을 버는 남자
17세기까지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은 화폐 자체였다. 금, 은, 청동, 구리로 된 화폐들은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지녔고 사람들은 이를 주조하는데 노동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종이를 화폐로 사용하면 종이에 일정한 가치를 명시하고 서명만하면 되므로 동전보다 훨씬 제조가 쉽다.
하지만 종이 화폐는 화폐 자체가 고유 가치를 지니는 동전과 달리 서로간의 신뢰가 필수로 작용하는 명목화폐이다.
1700년대 종이화폐를 발행한 주도한 장본인이자 대 인플레이션을 선사한 영국의 재정자 존 로(jhon law)라는 사람이 있다.
존 로의 아버지는 금 세공사였는데 아버지는 금을 맡기는 사람들에게 영수증으로 발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수증은 시장에서 화폐처럼 유통이 되었다. 이러한 아버지를 보고 자란 존 로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존 로가 최초의 지폐 발행인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것이 이미 중국 6세기 경 일종의 어음인 비전을 사용했고, 아랍 상인들에 의해서 지폐가 유럽에 전파되었다.
-최초의 지페발행은 설립, 거대한 붕괴의 서막
존 로는 대출과 통화량을 늘리면 경제를 활성시킬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가에서 가치를 보장하는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15년 프랑스로 건너가 당시 빈털터리였던 프랑스 국왕을 도와주겠다고 자청하여 1716년부터 1720년까지 5년 동안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의 4막의 대서사시를 열었다.
제1막
1716년 존로는 최초의 지폐발행은행인 뱅크제너럴을 설립하였다.
뱅크 제너럴은 고객에게 대출을 승인하고 예금을 받고 은행권을 발행했다. 요즘과 마찬가지로 자금 출자를 위해 정상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주식을 발행한 것인데, 다만 주식 지분의 일부는 국왕의 소유이다.
존 로는 일반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으로 국가의 부채를 상환했고 이때 일반은행의 은행권을 대출한 사람들에게 주었다. 은행에서는 시민들에게 언제든 이 은행권의 가치만큼 교환해주겠다고 발표하였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꼼수였다.
사실 뱅크 제너럴은 은행권 전액을 돌려줄 주 있는 자본력이 없었다. 하지만 은행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몰려와 은으로 바꿔달라고 하지만 않으면 무한정으로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원칙은 지금도 금융 및 화폐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태가 뱅크런 인것이다.
한편 프랑스 국왕은 시민들의 은행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세금 또한 은행권으로 납부하게 하였다.
이렇게 은행권은 합법적인 지불수단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최대 채무자였던 국가는 은행으로부터 은행권을 대출받고, 국민들에게는 이 은행권으로 세금을 납부하게 하여 은행권을 확보했으며, 환수한 은행권으로 국가의 부채를 정리했다.
이러한 방법은 실로 엄청난 흑자를 안겨주었으며 뱅크 제너럴은 뱅크로얄로 탈바꿈하면서 국영화되었다.
제2막
1717년 존 로가 서인도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서인도회사는 식민지의 자원을 개발하고 약탈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고 식민지를 개척하며 자본을 축적하였다.
또한 식민지 투자에서 얻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 주식을 사람들에게 발행하고 주식투자를 권장하였다.
서인도 회사는 또한 국가로부터 담배독점권을 사들인 다음 식민지를 약탈하는 다른 회사들은 사들였고, 조폐권을 비롯한 다른 권리들까지 사들여 국가의 세금을 몰래 챙겼고 이 수입으로 주식을 계속 발행하였다.
하지만 서인도회사와 국가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국가는 서인도회사에 식민지, 흡연자, 납세자를 착취할 수 있는 권리를 팔고 서인도 회사는 대가로 채무를 변재주었다.
결국 국가는 향후 수입원을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에 팔아넘기고, 시민들이 이 주식을 사들인 꼴이었다.
-벼락부자가 되는 하녀들, 1700년대의 폰지 게임
제3막
1719년 존 로가 재무장관이 되면서 서인도회사와 은행이 합병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는 국가부채관리기관이 되었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국민의 돈과 주식을 끌어들였다.
결국 국가의 부채를 이 회사가 전부 떠안은 꼴이 되었으며 최종적인 목표는 국가의 부채를 회사의 주식과 맞바꾸는 것이었다.
존 로는 은행에서 열심히 찍어낸 돈으로 새로운 회사의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과 은을 지불수단에서 퇴출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국가의 부채가 주식과 지폐로 변환되면서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는 듯했다.
제4막
1720년 몰락의 첫번째 신호는 은행권에서 나타났다.
금과 은, 각종 귀금속들이 즐비하다고 생각했던 식민지는 척박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발행한 주식의 배당금을 어떻게 줄것인가?
여기서부터 기존 주주들의 배당금을 주기위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폰지게임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잘 돌아가는 듯 보여 하녀들까지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때 마지막 프랑스 국왕의 아내가 쓴 글에 의하면,
"지금 프랑스에는 부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분명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백만 단위가 아니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 이하 생략"
할 정도로 수많은 부자가 탄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프랑스 시민들은 과열된 주식의 가치, 부를 가져다 주지 않는 식민지, 은행권의 가치, 은행의 안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프랑스 사람들은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이만한 현금을 쥐고 있지 않았던 은행들은 지폐를 발행하여 적자를 메웠다.
그러자 경기는 과열되고 물가는 올라갔으면 1717년과 1720년 사이 연 인플레이션율은 26%가 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은행과 무역회사는 파산했고, 존 로의 대서사를 겪고 난 프랑스는 1720년 10월 10월 금과 은을 다시 지불수단으로 돌려놓았다.
02 뿌리칠 수 없는 유혹과 덫
-스웨덴의 지폐실험
유럽은 존 로의 대서사시를 보고 지폐의 도입을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은 유럽 최초로 지폐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존 로의 지폐와 다르게 구리 동전과 지폐의 등가관계를 성립하였다.
따라서 은행은 별 무리 없이 지폐를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1756년 7년 전쟁이 발생하면 국가는 전쟁을 하기 위해 부채를 늘릴수 밖에 없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열심히 열심히 지폐를 찍어냈다.
다음은 뻔하다 늘어난 지폐는 더이상 구리 동전과 등가관계를 이루지 않았고, 구리 동전의 가치는 명목 가치보다 높아졌다.
이에 1765년 스웨덴 정부는 화폐유통량을 줄이려는 디플레이션 정책을 도입하였다.
디플레이션 정책은 대개 내수 경제가 붕괴된다.
이러한 경기 침체로 몇번의 정권이 바뀐 후에 구스타프 3세가 은본위제의 은행권을 발행하도록 지시했고, 비로소 스웨덴의 지폐실험은 끝이 났다.
-미국 남북전쟁이 만든 인플레이션 209%
뻔하디 뻔한 이야기니 생략하겠습니다. 전쟁때문에 지폐가 남발되었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이 이야기에서 나름 특별한점은 지폐를 발행해서 전쟁 자금을 충당했고 이로써 미국이 전쟁을 이어나가 독립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즉 지폐가 미국을 독립시켰다.
-많을수록 좋다는 그릇된 판단, 혁명화폐 '아시냐'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후손은 물론이고 이들이 사용하는 화폐도 몰락했다.
따라서 이 때 당시 집권당인 국민의회는 민중으로 부터 세금을 거둬들일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이에 존 로가 썻던 방법을 그대로 쓰기에 이른다.
이러한 방법을 쓴 이유가 2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1.정부는 경제가 그 지경으로 파탄이 나는 것은 군주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민중이 이끄는 공화국에서는 발생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2. TINA 、there is no alternative 、즉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화폐 발행량이 증가하여 화폐가 휴지 조각이 될까 봐 겁이 난 사람들은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교회 재산을 몰수하고, 국유화시킨 교회 재산을 재정 확보를 위해 발행한 혁명화폐인 '아시냐'의 담보로 삼았다.
국가에서 몰수한 재산 중 일부를 취득하려면 아시냐로 거래해야 했다.
물론 국가에서 발행한 아시냐를 먼저 사야했다. 이 방법으로 사람들은 말 그대로 몰수된 재산이 팔리기도 전에 현금화했다.
존 로의 체제와 마찬가지로 아시냐도 다음 두 원칙이 적용되었다.
1.소유물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했다.
2. 몰수한 교회 재산 한 건당 서류를 한장 발행했고, 이를 현금화 시킬 수 있었다.
물론 몰수한 교회의 재산의 가치가 지폐에 명시된 금액보다 크면 상관이 없었다.
초창기에 아시냐를 가진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3%였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된 금융상품이 현재의 담보대출이다.
처음에는 아시냐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생산이 증가되며, 고용이 증가되고, 정부 부채가 상환되면서 아시냐의 도입이 성공적인 듯 했다.
그리고 정부는 화폐 발행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자 더 많으면 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아시냐의 실질가치는 몰수된 교회 재산의 가치에 미치지 못할 만큼 떨어졌다.
결국 아시냐 발행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아시냐 발행이 중단되면서 화폐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는데 집권 계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위임권이라는 새로운 화폐를 만들었다.
토지위임권이란 국가의 소유물을 경매를 거치지 않고 감정가로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이역시 실패하여 1790년과 1796년 사이 매년 물가가 157%씩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03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인플레이션 게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친숙한 사건들
대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해진 다음 수순을 따른다.
일단 정부는 물가 상승을 막기위해 가격 동결 조치를 시행한다.
그 다음 원치 않는 화폐 인수 강요, 해외 귀금속 제조 금지, 금화 및 은화 거래 금지, 금은 및 재산 몰수와 같은 조치를 실시한다.
프랑스 혁명 후 반혁명이 일어나고 1796년 아시냐의 사용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새로운 화폐인 금속 화폐 '프랑'이 등장하였다.
처음에 정부는 새로 발행한 지폐는 언제든 금속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과는 똑같다, 무리한 화폐발행으로 인한 교환 불가사태
그리고 지폐를 금속을 바꾸는 것을 금지 시켰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발생.
-주연배우는 국가, 인플레이션 만드는 5막 희곡의 세계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만성적 재정악화에 시달리는 국가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 유형도 비슷한데 총 5막으로 진행된다.
1막
재정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는 국가가 지폐를 발행한다.
2막
초반에 원할하게 흘러가는 경제 상황에 도취되어 통화의 실질가치와 명목가치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유통량을 늘린다.
3막
초반에 누리던 행복은 사라진다. 부채가 오히려 증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더욱더 유통량을 늘린다.
4막
정부는 재앙을 막기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가격 동결 그리고 시민들에게 가치 잃은 화폐를 사용할 것을 강요하고 재산을 몰수한다.
5막
결국에는 경제가 붕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 무너지면서 정부는 화폐개혁을 단행한다.